[자치] 다시 학생자치를 꿈꾸며

중앙대에 입학한 순간, 모든 학생은 학생회에 속하게 된다.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입학을 결정한 순간 암묵적으로 합의한 일종의 계약이기 때문이다.

주덕

| 주덕

지난해 11월, 서울캠퍼스 제58대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됐다. 기호 2번 ‘함께바꿈’ 선본이 후보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선거는 기호 1번 ‘사이다’ 선본의 단선으로 치러졌다. 큰 변수가 없다면 단선은 대체로 ‘치르기 쉬운 선거’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틀간의 선거 동안 전체 투표율이 50%를 채 넘기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는 애초 예정된 선거일에서 하루를 더 연장했지만 이번에는 찬성이 50%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사이다 선본은 당선에 실패했다. (잠망경 제13호 기사 “선거 뒤집는 선관위 뒤집기” 참조) 선거가 무산됨에 따라 총학생회는 공석에 놓였다. 중앙선관위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 재선거는 오는 28,29일 양일에 걸쳐 치러진다.

선거 파행은 비단 중앙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해 대학가는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으로 일제히 몸살을 앓았다. 저조한 투표율, 본부의 선거 개입, 후보 간 네거티브 양상, 학생사회에 대한 낮은 관심이 학생자치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새로워 보이지만 결국은 오래된 이야기다. 오늘날 학생자치는 과연 유효한가? 대학은, 아니 대학생은 언제까지 ‘자치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까? 요컨대 학생자치는 수년간 대학가를 떠도는 유령과도 같다. 대학에 갓 입학한 당신에게 구태여 학생자치라는 해묵은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이유다.

 

대학생은 모두 학생회 소속이다

대학에는 들어갈 때나 나갈 때나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학생회다.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학생회에 안 들어가는 사람도 많던데…’하는 의아함이 뒤따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당신은 ‘학생회’와 ‘학생회 집행부’를 오해하고 있다. 학생회와 학생회 집행부는 엄밀히 말해 다르다. 전자는 불가항력이다. 중앙대에 입학한 순간, 모든 학생은 학생회에 속하게 된다.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입학을 결정한 순간 암묵적으로 합의한 일종의 계약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회칙 상 학생회는 학생이 대학에 입학함과 동시에 가입을 의무화하는 ‘유니온샵 시스템’의 형태를 취한다. 따라서 탈퇴에도 제약이 따른다. 만약 학생회를 탈퇴하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다. 중앙대를 떠나면 된다.

반면 후자는 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총학생회, 단과대 학생회, 과 학생회 집행부에 가입하려면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학생의 자발적 선택에 기초하므로 가입과 탈퇴에 제한이 없다. 새내기 새로배움터, 축제, 개강총회 등 다양한 학내 자치활동의 운영주체가 바로 학생회 집행부다. 학생회가 재학생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라면, 학생회 집행부는 집행부에 가입한 일부만을 지칭한다. 이 차이를 구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학생회와 학생회 집행부를 동일시하다가는 ‘나는 학생회가 아니야’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이는 자신과 학생회를 분리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하며, 거리를 두게 한다. 결국에는 학생자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학생과 학생회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명심하자. 전공, 학번을 막론하고 우리는 모두 학생회다.

 

학생회의 분류

물론 아직 와 닿진 않을 거다. 앞서 말한 ‘학생회’는 다분히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학생회와의 거리감을 좀 더 좁혀보자. 학생회는 단위에 따라 작게 쪼갤 수 있다. 규모 순으로 총학생회(총학), 단과대 학생회, 학과/부 학생회 등이다. 따라서 모든 재학생은 동시에 복수의 학생회에 소속돼 있는 셈이다. 먼저 총학은 서울캠퍼스 전체를 대표하는 만큼 가장 규모가 크다. 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산하에 위원회를 두는데, 이는 ▲문화위원회 ▲인권복지위원회 ▲졸업준비위원회 ▲성평등위원회로 나뉜다. 위원회는 학생들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설립 가능하다.

각 위원회는 저마다 중요한 존재 의의를 갖고 있다. 특히 성평등위원회는 2014년 신설된 산하위원회로, 폐지된 총여학생회(총여)를 대체한다. 총여는 총학과는 독자적 차원에서 여학생을 대표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결성됐다. 하지만 서울캠퍼스의 경우 2011년 이후 총여 선거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결국 2014년 해산 절차를 밟았다. 이로써 학내 성평등 관련 기구는 성평등위원회가 유일하다. 매해 성폭력 및 성추행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대학의 현실을 고려하면, 성평등위원회의 중요성은 두드러진다.

총학생회보다 작은 단위로는 단과대 학생회가 있다. 이들은 단과대별로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행사를 주관한다. ‘해오름제’ 축제가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작은 단위로는 학과/부 학생회가 있다. 개강총회, 체육대회, 총MT 등 학과 내 전반적인 살림을 도맡는다.

 

대학의 주체로서의 학생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다.’ 이 문장은 너무도 진부하지만, 결코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 수사적 표현에 갇히지 않게 하는 여러 장치가 있다. 첫째, 학생대표 선출권이다. 모든 재학생은 소속에 따라 학생대표를 선출하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소속된 학생회의 수만큼 투표권이 주어지므로, 우리는 1년에 총 세 장의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총학과 단과대 선거는 매년 11월에 함께 치러지고, 학과 학생회장 선거는 과마다 일정이 다르다. 지난 11월 서울캠퍼스 총학 선거 사례처럼 선거가 파행될 경우, 비대위 체제로 전환돼 재선거를 치른다.

둘째, 제도화된 의결권이다. 학생자치활동에 관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회칙(會則)은 다양한 회의체를 두어 학생의 의결권을 보장하고 있다. ▲학생총회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 ▲확대운영위원회(확운위) 등이다. 회칙 제2장에 따르면, 학생총회는 중앙대 재학생 전체를 구성원으로 삼는다. 재학생 1/8 이상이 참석하면 학생활동에 대한 최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모든 재학생이 1인 1표의 의결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대학 내 직접민주주의 장이라 불린다. 2013년 서울캠퍼스는 학문단위 구조조정과 교육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7년 만에 학생총회를 성사시킨 바 있다.

그러나 학생총회 개의에 필요한 성원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매 사안을 학생총회를 거쳐 의결하는 것은 일견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계는 전학대회를 통해 보완된다. 여러 제약으로 학생총회를 소집하기 어려울 경우, 의결권은 전학대회에 위임된다. 전학대회는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학생대표자만을 구성원으로 삼는다. 따라서 총학생회장부터 각 학과의 학년별 대표까지만 의결권을 가진다. 전학대회는 학기마다 정기적으로 열려 예·결산 의결과 같은 중요 사안을 다룬다. 만약 전학대회마저 성사되지 않으면 의결권은 다시 확운위로 위임된다. 그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 또한 제한된다. 총학생회장부터 학과 학생회장까지만 이에 포함된다.

 

당신이 마주할 첫 번째 선거

새내기인 당신은 본의 아니게 입학과 함께 총학생회 재선거를 치르게 됐다. 어리둥절한 심정으로 선거를 마주하게 될 당신의 상황, 십분 이해한다. 어떤 기준으로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막연함에 못 이겨 무심코 선거 자체를 외면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당신의 한 표가 절실하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모두 학생회의 일원이기에, 학생회의 대표를 선출하는 일은 학생자치의 기본이자 출발이기 때문이다. 중앙대 구성원으로서의 존재감을 발현하는 가장 쉬운 방식이기도 하다. 학생회라는 기초가 없으면 학생자치는 위협받기 쉽다. 총학생회의 경우, 서울캠퍼스 전체를 대표하기에 특히 중요하다.

대학은 당신이 행사할 첫 번째 투표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의 한 표가 이 대학을 지탱하리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늘 그랬듯이, 새내기인 당신은 폐허가 된 대학에 활기를 불어넣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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