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아직도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 작년 중앙대 사태를 돌아보며

학생들은 그저 대학의 계획에 따라갈 뿐이다. 하지만 발전주의만을 담지한 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작년의 비리를 낳은 주요 원인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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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앙대에 입학한 당신은 과거 대학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할지도 모른다. 뭔지는 몰라도 중앙대는 작년에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곤 했으니까. 비리 건으로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을뿐더러, ‘목을 치겠다’는 전 이사장의 발언이 한동안 논란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중앙대는 너무나도 평화롭다. 지난날의 중앙대의 모습은 그저 흑역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여전히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지금의 중앙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이제 와서 과거의 일을 끄집어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그렇지만 당신이 이 사건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면 앞으로 남아있는 대학생활이 어떻게 펼쳐질지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을 테니.

 

순조롭게 진행된 계획

우선 작년 중앙대가 어떤 이유에서 논란이 되었는지 살펴보자. 사건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대학본부는 교육부에 본·분교 통합을 신청하여 승인을 받았다. 원래 중앙대는 서울캠퍼스(이하 서울캠)를 본교로, 안성캠퍼스(이하 안성캠)를 분교로 하여 학생을 모집했지만, 통합 이후에 대학본부는 학생을 본교 출신으로만 뽑을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대학은 다음 연도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되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 해 통합 승인 조건으로 내건 교지(校地) 확보율이 대학본부의 발목을 잡았다. 이전 연도 교지확보율(39.9%)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대학본부는 다음 학기에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게 될 터였다. 이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대학본부는 2학기부터 서울캠퍼스 정원 190명을 안성캠퍼스로 이전했다고 교육부에 보고했다. 이렇게 대학본부는 교지 확보를 위해 비용을 따로 지불하지 않아도 교지확보율을 올릴 수 있었다.

한편으로 대학본부는 교지의 제한을 받지 않기 위해 양 캠퍼스의 교지를 단일교지로 인정하는 계획안을 제출했다. 당시 서울캠의 교지확보율은 30% 후반대였지만, 교지확보율이 300%에 육박하는 안성캠의 교지와 통합된다면 교지확보율은 100%를 넘는다. 서울캠은 수도권정비사업으로 인해 자체적인 정원 조정이 제한되어 있었지만, 교지확보율만 제대로 유지하면 안성캠에서 서울캠으로 학생을 올려 보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몇 달 뒤 대학본부는 교육부로부터 단일교지를 승인받았다. 본·분교 통합과 단일교지 승인을 통해 대학본부는 더 많은 학생들을 본교 출신으로, 서울캠퍼스로 충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잘 풀리는 것에는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비리가 미래다

2012년 중앙대 현장 실사를 담당했던 교육부 직원은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서울캠 학생 190명이 안성캠으로 이전됐다고 보고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이전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실사 결과 안성캠으로 이전된 학생들이 강의를 들을 장소로 기재된 곳은 중앙도서관과 교직원 여자 화장실이었다. 강의가 제대로 열릴 리는 만무했다. 행정제재를 피하고자 마련한 임시방책일 뿐 안성캠 이전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학본부의 허위보고에도 불구하고 행정제재를 내리지 않고 본·분교 통합을 인정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여기에는 소위 ‘어른의 사정’이 개입되어 있었다. 중앙대에서 6년간의 총장 임기를 끝마치고 2011~2013년 동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재직했던 박범훈 전 총장이 본·분교 통합과 단일교지 승인 과정에서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본·분교 통합 과정에서 중앙대가 행정제재 처분을 받지 않도록 교육부 직원에 허위로 정원을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했다. 단일교지 승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중앙대는 양 캠퍼스 간의 거리가 멀어 애초에 단일교지로 승인될 수 없었다. 하지만 박 전 수석은 단일교지 승인을 심사하는 회의 자료에 캠퍼스 간 이동시간이 서울 시내에서 통학하는 시간과 별 차이가 없다는 내용을 기술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이 과정에서 적법하지 않은 절차에 반대한 교육부 직원들은 지방으로 좌천되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바로 박 전 수석과 두산그룹과의 유착이 존재한다.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수석이 청와대 재직 중 박용성 전 이사장과 주고받은 이메일이 공개되었다. 그중에는 ‘중앙대는 내가 최선을 다해서 챙기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가 청와대에 있는 동안 중앙대는 법적인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원하는 목표를 이뤄낼 수 있었다. 그 또한 중앙대를 보살핀 대가로 두산으로부터 4년 동안 1억 원어치의 뇌물을 받았으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장사가 아닐 수 없었다.

 

4번의 구조조정

그렇다면 대학은 왜 비리까지 저질러가면서 세를 확장하려고 했을까. 여기에 바로 두산의 욕심이 존재한다. 2008년 중앙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박용성 전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중앙대 이름만 빼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꾸겠다”고 공언한 바 있었다. 취임한 이후 그는 이사회가 총장을 임명하도록 제도를 바꾸어 두산 중심의 의사결정 구도를 명확히 했다. 중앙대에 ‘박용성 체제’가 확립되자 학문 단위 구조조정과 같은 사안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중앙대에는 2010년부터 오늘까지 총 4번의 학문 단위 구조조정이 있었다. 2010년의 구조조정은 18개 단과대 77개 학과가 10개 단과대 46개 학과(부) 체제로 통폐합되는 메가톤급 구조조정이었다. 구조조정은 기업 인수·합병 전문 자문업체인 ‘액센츄어’에 맡겨졌고, 취업률·진학률 등 양적 평가지표들이 활용되었다. 2011년에는 교사 임용 축소를 이유로 가정교육과가 폐과되었고, 2013년에는 전공 선택률이 낮다는 이유로 비교민속·청소년·아동복지·가족복지전공이 폐과되었다. 작년에는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 단위로 학생들을 모집하는 계획안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작년의 계획안은 학내 구성원들의 많은 반발에 부딪혔고, 정시로 들어온 신입생들만 2학년 때 학과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4번의 구조조정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취합하지 않은 채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의사 강행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대학본부는 구조조정 계획안에 대해 교무위원회·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대학평의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학본부는 구조조정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반대하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또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말은 그저 당위에 그칠 뿐이었다.

 

피해는 학생들에게

대학본부는 서울-하남-인천을 잇는 멀티캠퍼스 건립을 이유로 구조조정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중복학과 통폐합을 통해 재조정된 학문 단위는 차례대로 건립될 캠퍼스에 배치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캠퍼스는 지자체와의 의견 충돌로 인해 작년 최종적으로 무산되었다. 그동안 서울캠은 인원이 집중되면서 과밀화 현상을 겪어야 했다. 교지는 늘어나지 않았지만 정원은 2011년 2,646명에서 2015년 3,258명으로 5년 사이에 612명 늘었다. 반면 안성캠은 계속되는 인원 유출로 공동화되며 점차 활기를 잃어갔다. 대학본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멀티캠퍼스 계획은 결국 실패로 끝났고, 이에 대한 피해는 모두 학생들의 몫이었다.

서울캠의 공간부족 문제에 대해 대학본부는 310관(경영경제관)이 지어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입장만 반복했다. 310관만 지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태도로 낙관했지만, 1,150억 원이 들어가는 건설비용은 대학에도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대학본부가 작년 학생들에게 쓰여야 할 발전기금을 건설기금으로 전용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학이 부담해야 할 건축부채는 점점 늘어났지만, 두산은 법인으로서 책임져야 할 의무를 방치한 채 대학에 빚을 떠넘기고 있다.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작년 1심 재판 결과 박 전 이사장은 집행유예를, 박 전 수석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교수들에 대한 막말 이메일로 구설수에 오른 박 전 이사장은 얼마 뒤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올해 중앙대에는 새로운 총장과 이사장이 들어섰고, 작년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인물들이 교체되었다고 하여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작년 구조조정 때부터 문제로 지적되었던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체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올해 이사회는 학내 구성원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기습적으로 새로운 총장을 임명했다. 이에 대해 교수협의회는 비민주적인 총장 선출제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1월 14일 발표한 교수협의회 성명에 따르면 새로 취임한 김창수 총장은 “2009~2010년의 파행적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고, 발전기금의 건축비 전용 의혹, 법인의 건축 특혜 관련 의혹 등에서 핵심 위치에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분명한 해명을 한 적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2011년부터 지금까지 경영경제대학 교수들만 계속해서 총장으로 임명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중앙대에서 일어난 기존 사건들을 살펴보면, 대학본부의 계획이 학내 구성원들에게 공유되지 않고 소수 인원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학생들은 그저 대학의 계획에 따라갈 뿐이다. 하지만 발전주의만을 담지한 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작년의 비리를 낳은 주요 원인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문제적인 인물들이 학교를 떠났지만, 학내 의사결정이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박용성 체제’는 여전히 학교에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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