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광역화는 어떻게 ‘차악’이 되었나

지금 광역화로 입학한 학생들은 시험대에 올라있다. 내년에 입학할 신입생들의 거취는 무엇도 정해진 것이 없다. 학생들이 모든 짐을 진 채 시험대에 오르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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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현재의 광역모집은 초안과 비교하면 많이 축소된 형태다. 2월에 처음 선보였던 계획안은 훨씬 파격적이었다. 광역화 모집의 범위는 정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체 모집단위였으며 학과제는 폐지된다고 했다. 즉, 모든 신입생이 학과나 학부 소속이 아닌 단과대학 소속으로 입학을 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학내 구성원들은 예고도 없이 맞닥뜨려야 했다. 2015년 2월 26일, 학교 본부는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을 전체교수회의에서 ‘통보’했다. 이후 3월 2일, 3일 양일간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에서 개최된 구조조정 설명회는 말 그대로 형식적인 ‘설명’회였을 뿐,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의지는 대학 본부에게 없어 보였다. 그 내용 또한 문제의 소지가 다분했다. 학생 관리 방안 등 장기적 계획은 부실했고, 전공 쏠림 현상이나 비인기 학과 폐지 가능성, 소속감 약화 등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대책 또한 미비했다.

당연히 큰 반발이 일었다. 즉시 교수 대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뒤따라 학생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도 발족했다. 이 둘을 중심으로 학내에서 거센 반대 운동이 시작됐다. 잇따른 성명서 발표, 캠페인 진행, 연서명 진행 및 전달, 기자회견, 광장사업, 토론회 개최, 총회 개최 등 학생과 교수들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식을 동원했다.

그리고 이러한 저항으로 유례없는 결과물을 하나 얻었다. 이후 학칙 개정 방향을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가 구성된 것이다. 대학 본부, 교수, 학생의 3주체가 참여하는 ‘중앙대학교 학사구조 개편 대표자 회의’를 열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무소불위로 행해졌던 지난 구조조정들과 비교되는 지점이었다. 물론 이 협의체에도 한계는 있었다. 광역화라는 틀 자체는 유지해 갈 수 밖에 없었던 점, 앞장서 활동했던 공대위는 협의체에 참여하지 못하고 미지근하게 대응했던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만이 학생 대표로 참여했다는 점 등이 그렇다. 그러나 소통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이는 분명 유의미한 성과였으며, 협의체 내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초안이 이만큼 후퇴할 수 있었다.

 

협의와 숙의를 통해 새롭게 시작해야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왜 대학 본부는 처음부터 학내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 남은 것은 껍데기뿐인 광역화, 시험대에 놓인 학생들 그리고 그들의 불안이다. 학생과 교수는 교육 당사자다. 학칙 개정을 논의할 때 그들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대학 본부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짊어지게 되었다.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다. 2010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서 시작해 2011년, 2013년 그리고 2015년까지, 늘 대학본부는 소통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했고 학내 구성원들을 자신들과 동등한 존재로도 바라보지 않았다. 박용성 전 이사장은 막 취임해 중앙대 ‘개혁’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던 2009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 적 있다. “기업 같으면 서너 달에 끝냈을 일도, 여기선 절차가 복잡하고 명분부터 따지니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답답하다.” 대학도 하나의 기업일 뿐이기에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의 수익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그에게는, 충분한 숙의의 과정 그리고 그에 따르는 필연적인 불편함은 모두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쓸모없는 것일 뿐이었다. 두산의 중앙대 인수 이후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 기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이는 작년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에 걸려 넘어졌다. 지금 우리 앞에 남은 것은 그로 인해 생채기 난 반쪽짜리 광역화다.

실상이 이렇기에, <중대신문>에 실린 강태중 신임 교학부총장과의 인터뷰가 낯설게 느껴진다. “구성원 간의 불신이 생겨난 가장 큰 원인은 대학본부가 군림해 정책결정을 강제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깊이 있고 진정성 있는 협의와 숙의를 통해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늘 최악을 대비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중앙대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상식의 언어’는 낯설 수밖에 없다. 이 낯섦에서 가능성을 본다. 우리 앞에 산적한 문제들을 진정 학내 구성원들과의 ‘협의’와 ‘숙의’를 통해 풀어나가는지 지켜봐야 한다.

 

시험대에 오른 학생들

그러나 민주적 소통과 충분한 숙의의 부재만이 문제가 아니다. 일방향적인 의사 결정 과정만을 비판하는 것은 손쉬우나 충분치 않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대학 본부가 이뤄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중앙대란 이름만 빼고 모두 바꿀 계획.” 박용성 전 이사장이 취임 후 밝힌 포부다. 이후 중앙대는 그야말로 ‘초일류 대학’이 되기 위한 가속화 페달을 밟아왔다. 발전주의와 자본의 논리에 적극적으로 편승하며 대학 기업화를 진두지휘했던 중앙대의 화려한 이력은 이 지면을 다 할애해도 모자랄 정도다.

교육부는 최고의 파트너다. 교육부는 2014년 1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2023년까지 입학정원을 16만 명을 줄이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을 등급별로 평가, 차등적으로 혜택 및 제재를 가한다. 프라임사업 등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은 그야말로 요즘 대학가에서 뜨거운 이슈다(잠망경 제 13호 “대학 부실화, 맞춤형 인재(人災)” 참고). 중앙대는 이러한 교육부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한발 더 나선다. 교육부 입장에서 중앙대는 ‘말 잘 듣는 모범생’일 것이다. 굳이 떠밀지 않아도 먼저 나서 입맛에 맞게 행동해주기 때문이다. 이번 광역화 모집은 이러한 흐름 속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학문단위 유연화, 사회적 수요 반영, 전공선택권 강화 등은 대학 본부의 주된 논리다. 결국 이거다. 학생들의 ‘전공선택권’을 명분 삼아 취업이 유리한 학과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방치하고, ‘사회의 수요’에 학문을 맞추겠다는 것이며, ‘학문단위 유연화’ 즉 기초학문을 보호하는 벽을 허물겠다는 것이다. 두산 체제의 야심이든, 교육부와 발맞추기든, 예술과 인문학 죽이기든 공통점이 하나 있다. 결코 학생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 광역화로 입학한 학생들은 시험대에 올라있다. 내년에 입학할 신입생들의 거취는 무엇도 정해진 것이 없다. 학생들이 모든 짐을 진 채 시험대에 오르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1 Response

  1. 이공

    “취업이 유리한 학과로 학생들이 몰리는것을 방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회가 불안정해서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 및 학부모들이 취업 잘되는 학과로 몰리는데 그럼 교육의 수요자인 학교가 강제로 원하지도 않는 전공으로 내모는것이 맞습니까? 바로 윗 기사에서는 학생 수요 못맞춘다고 까면서 여기서는 학생 수요대로 하면 인문학 예술학 죽는다고 뭐라하네
    그리고 인문학 예술학이 뭔 상관입니까? 단과대별 정원은 정해져있고 특히 예체능은 전공별로 모집하는데 뭔 뜬금없는 소리입니까. 설사 특정 전공이 소외받아서 폐과될 처지라 해도 그건 소수의 마니아층이 있는 ‘문사철’이 아니라 사회대의 문헌정보, 공대의 사회기반시스템 같은 전공일겁니다.
    마아아안야아아악 폐과된다 치더라도 지금 한국은 대학이 넘쳐나는데 해당 학과의 수요는 바닥을 기는경우가 많습니다. 헌데 중앙대에서 하나 사라졌다고 해당 학문이 황폐화된다던가 큰 영향을 미칠만한 학문이 몇이나 됩니까? 제가 생각하기엔 그렇다할 만한 전공은 약학, 연극영화, 문예창작, 사진 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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