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잘 가라 2014년 다시는 만나지 말자

어느덧 찬바람 불고, 많이는 아니지만 첫눈도 내렸습니다. 곧 한해가 넘어간다는 얘기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시간 가는 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습니다. 올해를 보내기엔 마무리가 덜 돼서. 내년을 맞기엔 준비가 덜 돼서.

하지만 2014년은 어쩐지 아쉬움이 들지 않습니다. 빨리 흘러가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연말이면 으레 뉴스에서는 ‘특히 다사다난한 해였다’고 얘기하지만, 올해는 그렇게 얘기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다사다난’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고의 양도 많았고 심각성도 컸기 때문입니다. 2014년에 발생한 사건사고를 일일이 열거하기엔 이 지면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그 결과 안타까운 생명의 불꽃들이 너무 많이 꺼졌습니다. 연초에는 우리와 같은 대학생이 된 이들이(부산외대, 마우나리조트 붕괴), 연중에는 수백의 고등학생들이(단원고, 세월호 침몰), 또 노인들이(장성 요양병원 화재) 세상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것도 어처구니없는 이유들로 말입니다. 막을 수 없었던 사고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학도 어수선했습니다. 상지대·청주대·수원대는 사학비리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어느 대학에서는 총학생회장이 학사경고로 제적되고, 어느 대학에서는 선거 부정이 폭로돼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자퇴하기도 했습니다. 선거철인 지금도 곳곳 대학에서 파행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대학기업화를 비판하면서 한 학우가 자퇴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구조조정이 시작되려 하고 있죠.

지금 같은 때 새해를 맞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달력 한 장 넘어가는 게 뭐가 그리 큰 의미가 있겠냐마는, 적어도 ‘새로운 출발’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기에는 충분히 좋은 시기입니다. 새로 출발하면서 올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반성해야 할 것은 반성해야 합니다. 내년에도 이어가야 할 것은 이어가야 하고, 새로 준비해야 할 것은 새로 준비해야 합니다.

독립저널 <잠망경> 11호에 이런 화두들을 담아봤습니다. 사라진 공간-기억들을 잊지 않는 것. 우리 대학이 저지른 과오를 반성하는 것. 이내창 선배의 기억과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염원을 이어가는 것. 더 나은 학생사회를 위해 대안을 새로 준비하는 것.

<잠망경> 11호의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시간이 독자 학우들께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기획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마감상 일정으로 못다한 얘기가 많습니다. 온라인으로 만나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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