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합시다

안전한 태도와 위치에 의문을 품지 않으며, 거대한 사건 앞에서 한 치도 허물어지지 않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이야기인가요.

혐오와 반동혼란한 상황에서 이성적인 사고를 견지하는 것이 ‘주체성’을 지켜내는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관조와 의심의 시간을 거친 차가운 이성이 때로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의심이 오롯이 밖으로만 향할 때, 우리의 태도는 기만적인 우아함에 그쳐버릴 수 있습니다. 안전한 태도와 위치에 의문을 품지 않으며, 거대한 사건 앞에서 한 치도 허물어지지 않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이야기인가요.

우아한 관조를 넘어 서로의 역량을 존중하는 공론장으로 나아갑시다. 대학, 사회구조 내에서 주어진 나의 위치성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서로의 표정을 마주합시다. 차가운 이성으로 점철돼 멀찍이 관조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론 부족합니다. 대신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양한 표정을 마주할 공론장이 필요합니다. 다시 새로이 외부를 생각합시다.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기던 안팎의 것을 살펴보며 우리가 구축할 공론장의 조건을 다시 생각해봅시다.

잠망경은 우리의 관계를 사고하고 각자의 역량을 보장할 수 있는 주체성을 바랍니다. 투박하고 정돈되지 못한 언어일지라도, 나와 타인이 만날 수 있는 언어의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우아하지 못한 ‘이의제기’를 불러내는 잠망경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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