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부패한 대학의 탈락, “사이다”로 괜찮아?

부패한 대학의 탈락은 ‘사이다’지만, 재정지원사업과 대학이 짜 놓은 판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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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생

탈락과 중단이 계속되고 있다. 중앙대는 5월 초 프라임 사업(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선정에서 탈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근 BK21+ 사업의 일부와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 지원 사업의 전부에 관한 집행 정지를 통보 받았다. 작년 선정된 두 사업의 지원금 축소와 사업비 집행 정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교육부의 중간 평가 결과, CK-Ⅱ사업(수도권대학 특성화 사업)마저 2개 부문 사업(동북아 혁신물류인재양성사업단, 식품안전 통합관리 인재양성 사업단)이 탈락 위기에 놓였다. 두 부문은 재선정평가 대상이 돼, 오는 7~8월 타 대학의 신규 신청 사업단과 함께 평가 후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
연이은 재정 지원 사업의 실패와 중단은 중앙대의 지난 역사와 함께 읽힌다. 박용성·박범훈, 양박의 비리사태와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에 마주한 채 진행되었던 광역화, 2010년부터 이어온 찍어누르기식 학과 구조조정이 그것이다. 중앙대 본부는 부패했으며, 재학생과 소통하지 못했다. 실제로도 재단의 비리·부패 정도나 의사소통 과정은 재정지원사업의 선정 및 감사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다. 교육부는 지난 2월부터 ‘재정지원사업 공동 운영·관리 매뉴얼’을 신설하여 비리 및 부정 대학은 선정 과정에서 감점하고 지원금을 삭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앙대는 부정 및 비리에 연루되었으며,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나쁜 본부’이기에 지원 사업 수주에 실패한 것일까?

원인이면서 결과 대학과 재정지원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BK21+ 사업과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 지원 사업의 경우 교육부의 신설 매뉴얼에 적시된 비리 및 부정에 관한 조항을 근거로 정지된 상태다. 이 경우 부정 및 비리 때문이 맞다. 반대로, <중대신문>에 따르면 프라임 사업의 수주 실패는 ‘부정 및 비리’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해당 사업 평가위원장은 “부정·비리에 연루된 대학들 대부분이 합격권에 멀리 있어 선정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을 뿐 아니라, 실제 중앙대가 받은 감점 역시 최대 2% 이내로 그 영향력이 미미해 보인다. 더불어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셌던 타 학교들, 가령 건국대와 이화여대가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합의의 부족’이 재정지원사업 수주 실패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의문을 품게 한다.
사실 답은 알 수 없다. 각각의 사업은 각기 다른 선정 기준을 지니고 있으며, 프라임 사업의 경우 교육부가 선정 과정을 대외비밀로 분류하여 공개치 않기 때문이다. 애초 ‘착한 본부가 아니기에 지원 사업에 실패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적절치 않았다. 대학을 원인으로, 지원 사업을 결과로 상정한 질문은 문제를 단순화한다. 이분법적 구도 아래 축소된 인과관계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반영하지 못한다. ‘오늘날 재정지원사업과 대학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혹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가.’ 애초에 질문은 이것이어야 했다.
질문에 답을 내리기 전에 정부의 ‘재정지원’과 ‘구조개편’ 자체의 불가피함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도록 하자. 재정지원은 반값등록금, 교강사의 정규직화 등 재원 마련의 측면에서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학령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오늘 한국에서 구조개편은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문제다. 짚어보고자 하는 것은 재정지원사업이나 구조 개편을 진행해야 하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진행의 방향과 방법이며, 재정지원사업에 내포된 전제들과 이것이 대학에 작용하는 양상이다. 이를 위해선 서로 다른 재정지원사업들을 관통하는 공통적 맥락을 거론해야 한다.

‘선별적’ 방식의 재정지원

오늘날 재정지원사업은 두 가지 방향의 공통적 맥락을 지닌다. ‘선별적’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그리고 ‘미스매칭’ 해소 방향에 입각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먼저 전자, 한국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은 1995년 이후 선별적 방식을 따르고 있다. 정부는 포괄적 지원이 아닌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통한 차등적 재정 지원을 실시한다. 경쟁과 평가의 논리가 대학교육 청사진 전면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수주한 사업비는 단순 사업의 집행을 위한 비용이 아니며, 대학에서 규모와 세력의 선전을 위한 지표이기도 하다. “4대 사업 선정”은 학내에 걸린 현수막 문구이자, 대학 홍보 책자에 빠지지 않는 어필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경쟁과 평가를 통해 얻은 ‘사업 선정’은 하나의 지위가 되어 다시 경쟁과 평가를 가속화한다.
선별적 지원, 그리고 이를 위한 선별 평가는 객관적 지표라는 통제 수단들로 채워진다. 이 양적 지표들은 대학을 종횡으로 가로지른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남녀 비율, 나이 등의 인구 개념은 효율적 ‘통치’를 위해 탄생했다고 말한다. 이런 지점에서 오늘 대학을 종횡하는 객관적 지표들이야말로 하나의 ‘통치’ 일환이다. 이 통치 과정에서 산업형 융복합은 창조라는 ‘새로운 것의 판타지’로 옷을 갈아입지만, 목도하게 되는 것은 ‘창조ㅇㅇ학과’, ‘창의ㅇㅇ학과’, ‘스마트ㅇㅇ학과’로 일률화되는 대학의 학사구조다.

‘미스매칭’, 움직여라
대학, 학생, 개인

재정지원사업에서 ‘미스매칭’ 해소로 방향을 잡고 있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미스매칭’에는 오늘날 청년 고용문제가 일자리는 존재하고 있지만, 적합한 인력이 존재치 않아서(miss-matching) 발생한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해당 관점에서는 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공급(matching)을 위해 대학의 구조를 개편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은 미스매칭을 일자리 문제의 원인으로 언급했다. 이러한 관점에 입각하여 재정지원사업은 ‘대학구조개혁평가’ 점수가 높은 대학에 가산점을 주거나(CK-Ⅱ), 노골적으로 산업과 학업의 매칭을 겨누는 방식으로(PRIME) 설계된다.
허나 해당 방안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정부 인력수급 전망에 따른 공대 증원, 타당한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매칭이 적합한 해결책인지’에 관한 물음을 제기했다. 최근 공대 입학정원은 늘었지만 도리어 취업률은 줄어드는 추세이고, 2011년에서 2014년 사이 취업률이 가장 많이 떨어진 분야는 국가가 매칭 영역으로 강조했던 의약, 공학 계열이라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최근 과잉화되는 IT영역의 경우 매칭으로 인한 공급인력량이 수요인력량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매칭이 실제로 효과 있는 정책인가에 대한 판단만큼이나 그것이 내포하는 전제 또한 중요하다. 미스매치는 상호 이해관계의 불균형 상태를 뜻한다. 예컨대 고용시장과 구직자, 사회와 대학, 구조와 개인 등이 해당될 수 있다. 허나 오늘의 재정지원사업에서 매칭이란 상호 맞춤이 아니다. 감수해야 하고 감내해야 하며 조정되어야 하는 대상은 이미 정해져 있다. 매칭이라는 허울 좋은 말을 위해 학생은 전공을 바꿀 것을, 구조 아래에서 개인은 움직일 것을 강요 받는다.

순종하라는 정언명령

앞서 말했듯 대학은 생존을 위한 구조개편과 재정지원의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재정지원사업은 이를 악용하는 장치다. 선별이라는 경쟁논리와 개인에게 책임을 환원하려는 미스매칭의 정책은 이 장치를 통해 유포된다. 프라임 사업과 같이 이를 표면에 내건 사업이 있는가 하면, 최근엔 CK-Ⅱ 사업과 같이 지역 연계를 위한 사업조차 해당 사업과 연결고리가 모호한 대학구조개혁을 가산점으로 고려한다. ‘매칭’의 논리는 점점 더 다수의 재정지원사업에서 찾을 수 있으며, 대학은 이에 ‘선별’되기 위해 몸부림친다.
5월 3일 중앙대 커뮤니티 ‘중앙인’에는 ‘프라임 사업 선정 결과에 따른 총장단 입장’이 올라왔다. 입장문은 광역화에 문제 제기한 학생들이 아닌 “학교의 발전을 위해 협조와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교수와 학생, 교직원, 동문 여러분”에게 사과하는 인사였고,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낮과 밤을 바쳐가며 애쓰신 교수와 직원 여러분”에게 전하는 위로였다. 여전히 본부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학내에 존재하는 깊은 불신”으로 표현하고 있다. 때문에 “다시 심기일전”하겠다는 표현에서는 계속될 ‘불통 구조 개편’의 징후가 느껴진다.
재정지원사업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에서 대학이 처할 수 있는 불가피한 상황을 고려한다 해도 이것은 지나친 뻔뻔함이다. 위 입장문은 ‘목소리 내는 학생을 향한 권위주의’와 ‘재정지원사업을 향한 순종주의’라는 대학의 이분된 자아를 보여준다. 더군다나 오늘 중앙대는 “대학 기업화”의 상징으로서 그 자체로 자본 축적을 위한 하나의 기구이기도 하다.
프라임 사업의 탈락, BK21+ 사업과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 지원 사업의 집행 정지, CK-Ⅱ 사업 일부 부문의 탈락 위기. 부패한 대학의 탈락은 ‘사이다’지만, 재정지원사업과 대학이 짜 놓은 판은 바뀌지 않았다. 전혀 개운하지 않다. 중앙대가 재정지원사업에서 연이어 탈락, 중지, 재평가에 놓인 현실은 ‘부패의 결과’ 이상으로 읽혀야 한다. ‘선별, 매칭’의 논리를 내재한 재정지원사업과 부패한 대학의 관계는 명료한 인과가 아니라 끊임없는 조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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