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각서, 진술서, 서약서. 여기 대학 맞나요?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학생팀 교직원의 행동에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말주머니| 고경태

 

김태영 씨는 올해 초 학생지원팀(이하 ‘학생팀’) A 주임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쓴 대자보 때문이었다. 지난 3월 김태영 씨는 학생팀의 총학생회 선거개입을 비판하고 공정한 재선거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부착했다. 이에 학생팀은 김태영 씨를 행정실로 소환한 후 각서를 받아냈다. ‘학생팀이 특정 선거본부에 치우쳤다’는 자보 내용의 사실관계를 부정하고 정정 자보를 게시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학생팀은 해당 선본이 먼저 강의실대여를 신청했기에 도와주었을 뿐, 의도적으로 특정선본만 지원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영 씨의 자보는 마치 학생처가 의도적으로 특정선본을 지원한 것처럼 읽힐 수 있었기에 해당 학생을 호출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 했다는 말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5년 3월 치러진 동아리연합회 재선거에서도 학생팀 교직원은 학생을 호출해 진술서를 쓰게 했다. 당시 동아리연합회 선거에 출마했던 ‘런투유’ 선본은 ‘학생지원처와 그 장인 노영돈 교수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자보를 걸었다. 학생팀이 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시위를 한 6명의 학생에게 징계 협박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런투유’ 선본의 정후보로 출마한 정태영 씨는 당시 학내 교지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교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방에 불러서 윽박지르면서 진술서를 쓰라고 협박했고, 본인은 나중에 쓰겠다고만 했다”며 “징계위원회(상벌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한 건 교직원 개인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 6개월 동안 징계에 관해 어떤 연락도 없었다.

대자보를 쓰거나 시위를 한 학생을 교직원이 개인적으로 호출한다. 그리고 추궁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교직원은 학생이 잘못했다고, 징계를 받을 거라며 진술서나 각서를 쓰라고 말한다. 김태영씨는 학생팀 직원이 휴대전화, 학과, 학번, 심지어 고향까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자보에서 그는 학과를 밝힌 바가 없다. 어떻게 알았을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올해 2월 26일 학생팀은 촛불문화제를 신고하러 온 <평화나비>에게 ‘서약서’를 받았다. 서약서의 내용은 네 가지다. ▲행사 진행 시 소음의 발생이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중앙대학교 소속 구성원으로만 이루어진 행사를 진행하겠습니다. ▲행사 진행 시간을 준수하겠습니다. ▲행사 종료 후 주변 정리를 철저히 하겠습니다. 촛불문화제를 주최한 학생은 이 내용에 학과와 이름을 적고 서명을 해야 했다.
내용과 무관하게 위 ‘서약서’는 규정에 없다. 또한 관례적으로 이전부터 작성해오던 서류도 아니다. 학칙 제65조에 따르면 ‘교내·외 50인 이상의 집회’를 주관할 때 주무부서에 ‘사전신고’를 하면 된다. 집회에 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신고를 하려는 학생들이 숙지할 만한 공지사항도 없다.
작년 9월 학생지원팀은 평화나비의 촛불문화제가 ‘정치적인 행사’라는 이유로 신고접수를 거부한 바 있다. 이에 평화나비가 대자보를 통해 항의하자 학생팀은 ‘자보에 왜곡된 내용이 있다’며 부착된 대자보를 철거해야만 문화제를 허락해주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평화나비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학생팀은 마지못해 문화제 신고를 처리했다.

지난해 평화나비와의 논쟁에서도 학생팀은 ‘서약서’를 요구하지 않았다. ‘정치적인 행사는 안 된다’는 입장도, ‘서약서’를 가져오라는 요구도 모두 절차에 없다. 그럼 이 모든 것은 교직원 개인의 일탈일까? 아니면 본부의 저- 어딘가에서 내려오는 명령일까?
알 수 없다. 왜냐하면 학생팀은 그 어떤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본지는 김태영 씨 취조 건으로 학생팀 권영욱 주임에게 취재요청서를 보냈다.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가 요구한 대로 형식을 갖춘 취재요청서를 발송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답을 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교지 <중앙문화>도 인터뷰를 거부당한 건 마찬가지였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공문을 보내 취재를 요청했지만 “(답변에) 의무를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공식적으로 집행한 행정처리였다면 답변의 의무는 당연히 존재한다.
통제되지 않는 권한은 부작용을 가져온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A씨는 토론회나 공청회 등에서 길게 발언하는 학우가 있을 때 ‘해당 학생의 이름이 무엇이냐’는 학생팀의 질문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학생처는 학생단체 차원의 공청회나 토론회, 행진이 있을 때마다 이른 아침이든 밤이든 빠지지 않고 참석해 현장사진을 채증한다. 어떤 목적으로 찍는지, 누구에게 보고되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학생지원팀

▲중앙대학교 홈페이지에 명시된 학생지원팀의 업무

갈등상황이 있을 때 위협적인 분위기는 더욱 거세진다. 학생팀은 지난해 교지 <중앙문화>와 예산 논쟁을 겪었다. 4개월째 12차례 이상 방문했지만, 때마다 ‘서류미비’를 이유로 예산 지급을 거부한 상황이었다. 당시 학생팀 A주임은 <중앙문화> 편집장에게 “학생이 지금 행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런 서류가 5년 이상 간다. 나중에 학생이 취직해서 경찰서에 불려갈 수도 있다”는 위협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학생팀 교직원의 행동에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상대는 나의 정보를 알고 있고, 앞으로도 나의 학교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직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본부가 학생을 ‘관리’할 수 있다. 학생자치활동은 대학본부와 무관할 수 없다. 하지만 학생팀의 존재 이유가 ‘학생들이 풍요로운 대학생활을 누리고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면, 구성원과 합의된 절차를 마련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 행정행위를 해야 한다. 교직원 개인에게 모든 정치적 책임이 전가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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