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보이지 않는 큰손, 컨설팅업체

결국, 승자는 컨설팅 업체뿐이다

주덕 뒷돈22

| 주덕

구조조정은 가장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의 대학 기업화다. 특히 두산식 구조조정에는 타 대학의 그것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컨설팅업체의 개입이다.
두산 재단은 2010년 첫 번째 구조조정을 글로벌 컨설팅 전문기업 ‘액센츄어’의 손에 맡겼다. 한발 더 나아가, 2014년에는 행정부총장 산하에 ‘미래전략실’을 신설하고 액센츄어의 김재훈 이사를 실장으로 앉혔다. 대학 구조조정을 기업 컨설팅 전문업체에 일임하고, 심지어는 보직까지 맡긴 것이다. 중앙대가 처음 구조조정을 실시했던 당시, 기업 재단과 컨설팅업체가 손을 잡고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방식은 흔치 않았다. 그래서 중앙대는 줄곧 ‘대학 기업화 1번지’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 컨설팅업체의 대학 개입은 중앙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앙대처럼 안에 들어와 앉은 형태가 아니더라도, 컨설팅업체는 대학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는 교육부가 컨설팅업체의 개입을 방조하는 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몸값 올리는 교육부 정책

2014년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 주도로 하향식 구조조정을 압박할 경우 학내 구성원의 반발에 직면하기 쉽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교육부는 ‘모범적인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게 바로 ‘대학 구조개혁 사업’이다.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 사업을 추진하면서, 구조조정은 기업과 재단에 잠식당한 일부 사립대의 문제에서 전 대학의 문제로 확장됐다. 구조조정이 일상화된 것이다.
‘일상적 구조조정’의 첫 단계는 대학 내에 구조조정 전담부처가 신설되거나 재편되는 방식이다. 2014년 1월 신설된 중앙대의 미래전략실(현 전략혁신팀)이나 같은 해 4월에 확대·개편된 경희대의 미래정책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프라임 사업과 같은 정부의 재정지원 정책을 전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암시하는 부처인 셈이다. 이로써 대학은 구조조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교육부 정책은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다. 이 때문에 대학은 발 빠르게 구조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때 컨설팅업체가 묘수로 떠오른다. 즉, 교육부가 만든 ‘판’ 위에서 대학은 불가피하게 컨설팅에 대한 ‘수요’를 갖게 되고, 컨설팅업체가 이 위에서 활개를 치는 구조다.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을 따내기 위해 대학은 업체의 컨설팅을 받는다. 문제는 이때 지불하는 컨설팅 비용이 억대에 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비용은 대부분 교비에서 지출된다. 다시 말해, 억대의 컨설팅 비용이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충당되고 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전 의원이 발표한 ‘2009~2013년 수도권 주요대학 외부 경영컨설팅 업체 계약현황’에 따르면, 중앙대는 해당 기간 동안 교비회계로 액센츄어에 5억 9500만 원을 지불했다. 이는 단국대(6억 3000만 원, 갈렙앤컴파니·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대학 컨설팅 시장은 억대의 돈이 오가지만 정확한 수치로 잘 잡히지 않는다. 대학이 컨설팅업체에 ‘과외’를 받는다는 점을 쉬쉬하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는 영업기밀을 앞세워 명확한 규모를 밝히지 않는다. 컨설팅 비용이 교비와 직결된 만큼, ‘깜깜이’ 대학 컨설팅 시장의 문제는 심각하다.
대학이 억대의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컨설팅업체에 의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컨설팅업체의 ‘중립성’을 앞세워 대학 구성원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내에서 자체적으로 구조개혁 방안을 마련할 경우 평가 방식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대신 외부 컨설팅업체, 즉 ‘제3자’에게 맡기면 대학 구성원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다. 구조조정의 ‘객관적인’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또한 재정지원 사업의 평가지표가 컨설팅업체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은 인문사회·예술계열의 몸집을 줄일수록, 공과대학의 정원을 늘릴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컨설팅업체의 전문 분야다. 구조개혁을 잘만 수행하면 적게는 몇십 억, 많게는 300억(프라임 사업)의 재정을 지원받는다. 대학 입장에서는 ‘해볼 만한 투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지원 사업에 사활을 건 대학들이 잇따라 컨설팅업체를 찾고, 자연히 컨설팅 비용은 불어난다.
컨설팅이 대학발전을 위해 스스로 활로를 찾은 결과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사업 탈락 그후’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대를 비롯해 프라임 사업에 탈락한 대학들을 떠올려보자.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한 억대의 컨설팅 비용은 어디로 휘발되었나? 대학도, 컨설팅업체도 마땅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이미 ‘컨설팅업체 카드’는 실패했다

대학과 컨설팅업체의 첫 연결고리는 2010년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대학평가를 실시해 2년 연속 하위 15% 평가를 받은 대학을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이들 대학에 한해서 컨설팅업체의 경영컨설팅을 받도록 했다. 이른바 ‘사립대학 경영컨설팅 지원사업’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실시된 이 사업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컨설팅업체를 선정해 컨설팅을 신청한 대학과 연계해주는 방식이었다. 일부 대학의 경영 부실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실시되었으나, 사업은 결국 실패로 돌아왔다. 5년 동안 160억 원을 투입했지만 경영컨설팅을 받은 90개 대학 중 29개 대학이 폐교하거나 재정지원제한 대학 등으로 재지정됐다. 3분의 1에 달하는 대학이 실패한 것이다.
어쩌면 사업 실패는 이미 예견됐을지도 모른다. 컨설팅업체는 부실대학에 천편일률적인 해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학내 구조조정 ▲대학 법인 간 인수합병 ▲동일법인 내 학교 간 구조조정 등이다. 개별 대학의 특성에 따른 세부적인 지침을 걷어내면, 큰 틀은 ‘구조조정’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구조조정은 만능열쇠가 아니기에 이 사업의 한계는 애초부터 뚜렷했던 셈이다. 또한 사립대학에 정부 재원을 투입할 명분이 취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교육부는 2014년 해당 사업을 종료했다. 대신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D등급·E등급 대학에 한해 컨설팅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선회한다.
과거에는 교육부가 대학과 컨설팅업체 사이를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던 반면, 2014년 이후부터는 교육부와 조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사실상 대학 컨설팅이 온전히 민간에 넘겨졌다.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컨설팅업체는 큰 이득을 얻지 못했다. 오늘날처럼 컨설팅업체가 큰돈을 버는 형세가 본격화된 것은 사업 종료로 인한 교육부의 퇴장과 대학 구조개혁 사업이 맞물린 결과다.
대학이 이전 정책의 실패를 모를 리 없다.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컨설팅업체에 기대는 까닭은 컨설팅업체의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컨설팅업체가 일부 대학의 ‘선택’이었다면 현재는 ‘필수’다. 교육부의 양면적인 정책이 오히려 컨설팅업체의 몸값을 불렸다. 재정지원 사업의 주요 평가지표로 ‘학내 구성원 간 통합’을 고려하면서도, 컨설팅업체 주도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장려하는 이중적인 정책을 고수한다. 교육부는 스스로 컨설팅업체가 대학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어줬다. 대학 구조조정은 컨설팅업체에 의해 짜인 틀 안에서 이뤄진다. 학내 구성원의 생산적인 비판이 수용되고 반영될 틈이 없다. 교육부의 이중적인 정책이 수정되지 않는 한, 컨설팅업체의 영향력은 날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승자는 컨설팅업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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