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교양학교 후기] 대학(大學)을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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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진리지

학문의 장, 의견을 나누는 광장, 사회에 새로운 상식을 던지는 단체. 대학은 모름지기 이런 것이라고 기대하며 입학했다. 나와 사회에 대한 순수하고 치열한 고민을 시작하려는 새내기에게 대학은 딱 세 문장을 말해주었다. 굉장히 이질적인 세 문장이었다.

“안녕! 아 나는 광역으로 들어왔어, 음 그러니까 가전공이야.” 입학하고 들은 첫 번째 문장이다. 광역은 뭐고, 가전공은 또 뭘까. 수시 입학생이었던 필자는 광역 모집이 무엇인지, 어떤 배경하에 이루어졌는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되돌아보면 그때까지는 광역으로 들어온 친구들도 그저 싱글벙글이었다. 광역 입학생들도 필자와 마찬가지로 알 길이 없었을 것이다. “시험은 객관식으로 보겠습니다” 두 번째 문장이다. 치열한 고민과 토론 대신, 정답만 달달 외워 기입하는 객관식 시험? 내가 생각하는 대학은 허구인가하는 의심을 가지게 했다. “학생은 교육 서비스의 소비자, 프라임 사업 그대로.” 세 번째 문장은 대학에 대해 품은 의심을 확신으로 바꿨다.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

꿈꾸던 대학은 부서졌다. 마음 속에서 다시 세워진 대학은 취직을 준비하는 장소의 모습이었다. 꿈을 꾸고자 한 곳에서 꿈을 꿀 수 없다, 고민하고자 한 곳에서 고민할 수 없다는 판단에 필자는 크게 혼란스러웠다. 기대를 가지고 입학한 대학은 학생을 무시하는 본부와, 배움보다 취직이 먼저인 수업으로 뒤섞여 있었다. 그러던 중에, 새터에서 <잠망경>을 만나게 되었다. 우연히 읽게 된 몇 개의 기사에 나의 고민이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잠망경을 나눠주신 한 선배를 만났고, 새내기교양학교까지 참가하게 되었다.

새내기교양학교에서 노동, 여성, 교육 등의 분야를 배우고 고민하고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었다. 무언가를 배우며 오롯이 그곳에 몰두하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진짜 공부를 한 경험이었다. 모든 노동자는 노동자로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하며, 모든 학생은 예비노동자로 그 권리를 교육받아야 한다. 모든 사람은 생물학적 성별 또는 성정체성에 의해서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 학생은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할 권리를 포함하여, 학교의 방향에 대한 결정권이 있다. 이렇듯 논리적으로 당연하지만, 사회가 (어쩌면 나조차) 당연시 하지 않아 어쩌면 새로운 ‘상식’을 함께 세워나갔다.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해, 선언문은 이메일로 전달받아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읽었다. 선언문 한 문장 한 문장으로,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선언문의 마지막 세 문장은, 위의 세 문장과 대조되어 내 마음 속에서 다시 ‘진짜 대학’의 형상을 세웠다.

“하지만 모든 ‘현실적’인 것은 예전에는 ‘비현실적’이었음을 깨닫자. 우리는 나의 삶을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자. 우리는 이제 비관이라는 손쉬운 길에서 벗어나, 우리의 의지로 사회를 바꿔나가자.”

내가 그날 한 것은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고, 우리끼리 새로운 상식을 만드는 대학, 큰 배움이었다. 대학(大學)은 공간적으로 대학교(大學校)에만 갇혀있지 않다. 자캠을 통해 대학(大學)을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늘 대학하고 이를 타인, 사회와 나누기로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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