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변화를 위한 발버둥

불가능해 보이는 무언가를 이뤄보려 악착같이 노력하는 모습을 가리켜 우리는 ‘발버둥 친다’는 표현을 쓰고는 합니다. 대개는 무언가를 끝내고 싶거나, 어딘가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많이 쓰는 동사입니다.

다만, 여기서 발버둥 친다는 행위는 일반적 의미에서 ‘합리적’인 노력이라 평가되는 행위는 아닙니다. 목적과 수단이 정확히 설계되고, 예상되는 결과들을 계산하며 치밀하게 전진해가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무모한’ 행위에 가깝습니다.

당장에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생산해낸다든지, 명확한 목표점에 도달하는 것과는 반대로,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벗어던지고자, 현재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운동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 의지를 이렇다 할 자원 없이 닥치는 대로 표현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참 보잘 것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발버둥 친다는 표현은 결국, 주체의 무력함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난히 ‘발버둥’이라는 단어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처음 선거 후에 필요한 기획들을 생각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새 담론들을 구성하여 선보이고자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럴싸한 말들 몇 가지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말을 생산해보고자 시작한 글들의 도착지는, 애초의 목적과는 꽤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익숙한 언어, 공간, 규칙, 생각, 행위들이 잔뜩 어지럽혀져있었습니다. 널브러진 언어들을 가지고 다시 모인 필진들 사이에서 모인 단 하나 공통점은, 그것을 벗어나고 싶고, 다르게 구성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15호는 구성의 결과가 아닙니다. 구성하기 전, 벗어나고자 했던 발버둥의 흔적들에 가깝습니다. 다만 <잠망경>은 이 발버둥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익숙했던 모든 것에 더 많은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어쩌면 모두에게 발버둥의 시간이 진행되고 있을 지금, 저희의 발버둥의 과정을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며, 이후의 재구성을 함께 시작하고 싶습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