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S]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하라

 

 

l마리안

 

 

무언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4월 13일 오전에 열린 군인권센터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하여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이에 따라 육군 중앙수사단이 전국의 전 부대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온갖 반인권적 작태들이 벌어졌다. 예고 없이 부대로 찾아가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핸드폰을 반강제로 빼앗아 지인 중 동성애자 군인을 지목할 것을 강요하거나, 수사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주는 언행들과 혐오 발언은 물론 심지어 게이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에 위장 잠입한 정황도 확인되었다고 한다. 1 2017년에 벌어진 일이다.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심각한 인권침해도 반드시 문제시되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 및 “처벌”하겠다는 그 “문제”의식이 발본한 <군형법 제92조 6항> 자체가 조속히,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 제92조 6항은 ‘군인 또는 준군인(군무원과 사관학교 생도 등)’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사 처벌하는 조항이다. ‘추행’이라는 말이 언뜻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사실상 강제성을 띄지 않은 상호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행위를 타겟으로 하는 한국판 ‘소도미법(sodomy law)’ 2이다. 군대 내 강간이나 강제 추행에 대해서는 군형법 제 15장 ‘강간과 추행의 죄’ 등 이미 별도의 처벌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굳이 ‘항문성교’를 명시해 처벌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실제로 군형법 제92조 6항이 적용된 바에 의하면 “군부대 중대장이 사람들이 다니는 복도에서 중대원의 성기를 손등으로 때리고 양 젖꼭지를 잡아 비튼 경우” 3는 무죄 판결을 받은 반면 “둘 다 군인인 동성 커플이 마침 휴가 기간이 맞아 집에서 성행위를 한 경우” 4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었으며, 오히려 ‘이성’ 군인 간에 부대 내 사무실에서 성관계를 한 경우는 징계 처분에 그쳤다. 2013년 개정으로 ‘계간(鷄姦)(닭의 성교)’이라는 용어가 ‘항문성교’로 바뀌었는데 5, 법정형은 1년에서 2년으로 늘었고(과잉금지원칙 위배) 처벌의 적용대상은 더 모호해졌으며(명확성원칙 위배)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본질은 그대로 남아(사생활 비밀의 자유,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군형법 제92조의6의 필요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근거는 잇따른 합헌 결정(2001헌바70, 2008헌가21, 2012헌바258 결정)에서 볼 수 있듯 ‘남성 군인의 성욕 통제’, ‘군 기강의 혼란’ 방지에 있다.

“군대는 엄격한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인간관계로 이루어져 있고, 절대 다수의 혈기왕성한 젊은 남성 의무복무자들이 이성 간의 성적 욕구를 원활하게 해소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의 폐쇄적인 단체생활을 해야 하므로, 일반 사회와 비교하여 이성 간의 성적 교섭행위보다는 동성 간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헌법재판소 2011.3.3.1. 선고 2008헌가21 결정)

“여군들에 대해서도 수차례에 걸쳐서…(중략)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을 수 없이 교육을 했지만…(중략) 처음에 잘못된 것을 본인이 인지했으면…(중략) 본인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했어야 했고 ―2015년 1월 27일 육군참모총장 주재로 열린 ‘성관련 사고대책 긴급 주요지휘관 화상회의’ 당시 장준규 1군사령관의 발언 녹취록 중에서 6

여기서부터 짚어보자. 제92조 6항은 남성(특히 남성 군인)은 성욕을 ‘여성을 통해’ 해소해야만 할뿐만 아니라 그것을 조절할 수 없다는 통념에 기반을 둔다. 진저리나게 익숙한 말 아닌가. 기실 ‘남성(성)의 문제’일 성매매와 성폭력 문제에 언제나 따라붙었던 궤변 말이다. ‘여성’이라는 매개와 남성 동성애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통해 유지되는 남성 간 유대(Sedgwick, 1985)는 군인들의 섹슈얼리티 규율과 통제에서 그 ‘불안’을 여실히 드러난다. 제92조 6항의 저변에 깔린 논리는 현재까지도 ‘위문공연’과 같이 남성의 (여성을 통한) 성욕 해소를 ‘사회적 의무’로 여기는 군사문화의 이면이며, 계급 위계·여성성의 부정·‘성경험 또는 성욕 드러내기’를 통해 성취되는 군대 내 남성성(권인숙, 2009)의 또 다른 기제이다.

군대 체계에 내재한 성차별주의와 남성성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분석(권인숙, 2004; 2005; 2009; 김현영, 2002; 유혜정, 2006; 추지현, 2013)은 ‘군대 섹슈얼리티’가 “적극적으로 남성의 성욕을 인정하지만 이성애 틀에서만 이해하고 동성애를 비정상인 것으로 혐오하고 불법화하면서 남성 섹슈얼리티를 확립하는 근거(권인숙, 2009: 42)”로서 기능하는 것임을 주지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형법 제92조 6항을 정당화하는 주장은 “실제 남성 간 성폭력 가해자의 일반적 유형은 동성애 혐오증의 정도가 깊은 이성애자(한국성폭력상담소, 2004;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외, 2014에서 재인용)”라는 사실과, 군대 내 성폭력이 발생하는 대부분의 원인이 성적지향이 아니라 폐쇄적인 계급사회에 있다는 것을 은폐한다.

군형법 제92조 6항의 또 다른 정당화는 동성 간 성관계가 “군대 가정의 성적 건강(대법원 1973. 9. 25. 선고 73도1915 판결)”, 결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에 기인한다.

“특히 상급자가 같은 성적 지향을 가지지 아니한 하급자를 상대로 동성애 성행위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동성 군인간의 성적 교섭행위를 방치할 경우 군대의 엄격한 명령체계나 위계질서는 위태로워지며 구성원 간의 반목과 분열을 초래하여 궁극적으로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헌법재판소 2011.3.3.1. 선고 2008헌가21 결정)

“군인의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6(2013년 군형법 개정으로 “92조의5”가 “92조의6”으로 이동)의 합헌을 강력히 촉구하며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중략) 군형법 제92조 6은 군대의 존재 가치인 군기 확립과 군 전투력의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중략) 군형법 제92조 6은 국가 안보와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한 조항입니다. (중략)” ― “군형법 제92조의5 위헌소원” 사건 합헌판결을 염원하는 안보단체 및 학부모단체 총연합회의‘군 동성애(항문성교) 합법화’에 반대하는 성명서 중에서 7

이는 매카시즘 시대 미국에서 동성애는 ‘가족가치를 약화시키고 국가의 의지를 약화시키려는 공산주의자들의 음모’라는 프로파간다 하에 합의에 기반한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했던 소도미조항을 뒷받침했던 근거이기도 하다. 특히나 군사 독재 정권과 반공주의로 궁합이 맞았던 한국 근본주의 개신교 8에게 이 ‘군대 내 동성애’라는 ‘문제’는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악’이자 ‘적’이다. 또한 그들에게 있어서는 ‘군대’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리고 보수 개신교는 ‘낡았다’고 생각할지언정 ‘게이’의 성적 접촉을 혐오적으로 ‘상상’하는 젊은 이성애자 남성들을 포섭할 수 있는 유용한 전략일지도 모른다.

‘우리’ 역시 이들의 행보를 우습게만 치부할 수 없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와 좌파가 연합한 종북세력이 ’교회파괴-가정해체-사회분열-국가전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9라고 말하는 혐오세력은 날이 갈수록 조직화되고 있으며 이 사건과 같이 실제적인 폭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동성애자 군인 색출 및 처벌 사건의 지시자가 한국기독군인연합회(KMCF)의 회장이라는 사실 10, 동성애자가 “더러운 좌파”, “동성애는 교회파괴-국가전복-사회분열을 겨냥한 좌파의 전략적 노림수”, ‘“노무현은 동성애와 좌파 연대의 증거’” 11 라는 KBS 이사의 발언(이 방송사는 14일 같은 사건을 SNS에서 ‘포르노 영화 찍냐? #언제 #어디서든 #성관계 #동성’이라는 코멘트를 붙여 혐오적 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12) 등 수많은 사건들은 혐오라는 정동을 양산하는 역사적 기득권, “보수우파의 헤게모니 프로젝트(손희정, 2016)”를 밝혀내고 개입해야 할 시급성을 나타낸다.

결국 군형법 제92조의6의 문제는 한국 사회의 남성(성) 문제, 맞물려 서로를 강화하며 작동하는 이성애주의와 가부장제, 냉전/휴전체제의 반공주의에 기반을 둔 국가주의 등이 착종된 문제이다.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못했으나, 애초에 소도미법을 만들어낸 서구 국가들은 그 법을 폐지하고 ‘인권 선진국’임을 자처하고 있으나 한국을 비롯해 영국의 구식민지 국가 등에는 소도미법이 잔존해 억압과 폭력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 ‘남성 군인의 성욕 관리’와 그것이 ‘국가안보’로 이어지는 군형법 추행죄의 논리는 공창제와 일본군 ‘위안부’, 미군 기지촌을 비롯한 한국사회 적폐에 크게 ‘기여’했던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는 점 등은 이 법이 한국에 터한 맥락에 주목할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거대한 얘기를 내가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쓰는 이유는 하나다. ‘군대’와 ‘법’이라는 친숙하지 않은 이슈가 끼어 자칫 요원해 보일 수 있는 ‘군형법 제92조의6’의 이슈가, 기실 모두와 무관하지 않으며 모두가 직면하고 투쟁해야할 구조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서구에서는 많은 국가들이 소도미법 폐지-차별금지법 제정-동성결혼 합법화의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그러나 이 도식은 한 방향으로, 발전주의 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우리’는 이 세 가지(그 이상) 모두를 이야기해야 하는 현재에 놓여 있다. 앞서 이 사건이 “2017년에 벌어진 일이다”와 같은 표현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을 상기시켰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의 ‘우리’는 모든 국면에서 ‘삶’ 그 자체를 위해 투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어느 누구도 ‘존재’ 자체로 부정당하고 ‘색출’ 당하지 않을 권리를 위해서.

*2017.04.17. 현재 군인권센터 긴급속보

“4월 17일 오후 6시 현재 육군보통군사법원은 동성애자 군인 색출 및 처벌 사건 피해자 A대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였습니다. A대위는 4월 25일 전역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 사실을 이미 인정하였고, 압수수색을 받아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으며, 거주와 직업이 일정해 도주의 우려도 없는 피의자를 무리하게 구속한 것은 법관으로서의 자존심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행태입니다.” (A대위는 동영상 유포 혐의와는 완전 무관함)

참고문헌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외. 2014. “2008-2014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를 위한 활동백서”.

권인숙. 2004. “군대 내 남성간 성폭력과 남성성: 공론화되지 않은 원인을 중심으로”. 『여성학논집』 21(1). 3-35.

_____. 2005. 『대한민국은 군대다』. 청년사.

_____. 2009. “군대 섹슈얼리티 분석-성욕, 남성성, 동성애 등을 중심으로”. 경제와사회. 38-65.

김진호. 2012. “3장 한국 개신교 반공주의와 증오의 정치학”. 박권일 외. 2012.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자음과모음.

김현영. 2002. “병역의무와 근대적 국민정체성의 성별정치학”.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석사학위논문.

손희정, 2016. “<혐오표현의 실태와 대책> 1부 토론문.” 혐오표현의 실태와 대책 토론회 자료집. 89-92.

유혜정. 2006. “남성 섹슈얼리티의 사회화 기제로서 군대 성문화 연구-병사들의 성의식과 성경험을 중심으로”. 상지대 여성학과 석사학위 논문.

추지현. 2013. “‘강간’과 ‘계간’ 사이: 군형법상 “강간과 추행의 죄”의 법 담론“. 한국여성학 29(3). 147-180.

한국성폭력상담소. 2004. 『군대 내 성폭력 실태 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실태 연구용역보고서), 국가인권위원회.

Sedgwick, Eve Kosofsky. 1983. Between Men: English Literature and Male Homosocial Desire.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Notes:

  1. 군인권센터의 보도자료 참고. 아래의 자료들을 꼭 읽어보셨으면 한다. 군인권센터. 2017.04.13. [보도자료] 장준규 육참총장, 동성애자 군인 색출 및 처벌 지시 관련 긴급 기자회견.  [2차 긴급기자회견] 육군 동성애자 군인 색출 및 처벌 증거 자료공개 브리핑
  2. 성경의 소돔(sodom)과 고모라 이야기에서 착안해, 개인 간의 구강·항문성교와 같은 ‘비정상’적이고 ‘비자연’적인 성적 행위를 금지하여 법적으로 동성애를 범죄화하고 처벌하는 대표적인 법. 2003년 미국연방대법원은 로렌스 대 텍사스 사건에서 UCMJ상 소도미조항 제125조(‘동성간 또는 이성간 또는 동물과의 비정상적인 성교행위 금지)를 위헌이라고 선고함.
  3. 오가람. 2008.06.25. 한겨레21. “[인권 OTL – 숨은 인권 찾기] 성추행 무죄, 사랑 유죄?”.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2008. 5. 25. 선고 대법원 2008도2222)은 “군형법 제92조에서 말하는 ‘추행’이라 함은 계간(항문 성교)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혐오에 기반을 둔 해석을 내렸고,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군 인권 네트워크’가 결성되어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운동이 시작되었다.
  4.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 1999. 9. 16. 선고 99고276 사건.
  5. 이러한 애매모호한 ‘꼼수’는 당시 현행 군형법 제92조의 6의 표제를 “추행”에서 명시적인 “동성 간 간음”(“동성 간에 항문성교나 구강성교, 기타 유사 성행위를 한 때”)으로 변경하려는 백래쉬(2013년 4월 민홍철 의원의 입법 발의요청)마저 불러 일으켰다. 군형법 상 ‘강간’과 ‘계간’의 변화과정과 관계를 분석한 추지현(2013)은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이성애/남성중심적 ‘강간’ 담론은 유지되며, 군형법 추행죄가 그것을 또한 강화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6. 임진수. 2015.02.06. 노컷뉴스. “1군사령관, 성범죄 여군에 책임전가 발언 사실로 확인” 및 군인권센터. 2017/04/13 위 보도자료 참조
  7. 박용국. 2016. 07. 20. 기독일보. “군형법 제92조의 5 폐지? “군동성애 합법화 반대한다!””
  8. 자세한 내용은 김진호. 2012. “3장 한국 개신교 반공주의와 증오의 정치학”. 박권일 외. 2012.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자음과모음. 참조.
  9. 정용인. 2016.05.09. 경향신문. “유족충, 똥꼬충… 2016년, 대한민국에서 혐오표현은 어떻게 일상화되었나”
  10. 이지희. 2015.12.07. 기독일보. “KMCF 제30대 회장 장준규 장로 취임”
  11. 조아름. 2015.10.29. 한국일보. “시민단체들 “동성애 혐오 조우석 KBS이사 즉각 사퇴하라”” 및 박세회. 2015.10.09. 허핑턴포스트코리아. “KBS 이사 조우석, ‘노무현은 동성애와 좌파 연대의 증거’” 
  12. 구보라. 2017.04.14. PD저널. “KBS, 성소수자 혐오 게시글 사과했지만 논란 여전”.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