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총장의 대자보, 사또의 방(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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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도 대자보를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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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 ‘중앙대학교 게시판’

“며칠 전 교내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향한 혐오 발언이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지난 10월 27일 총장은 글을 쓴다. 글은 여타 학생의 자보가 붙는 곳에 붙여진다. 건물의 벽에, 출구와 입구에, 복도와 게시판에. 의외다. 일반적으로 대학 본부와 총장의 글은 공식 홈페이지가 아니면, 각 학과의 게시판에 걸린다. 그리고 보통 총장의 글은 공지 혹은 사과다. 이 글은 다르다. 사건에 대한 “발견”, 유학생 혐오로의 ‘해석’ , 혐오 발언을 “불관용” 하겠다는 엄포의 순서로 글은 빠르게 전개된다. 공지와 사과이면서도, 동시에 경찰의 경위서와 닮았다. 총장의 글은 수갑을 들고 위협한다.

그런데, 총장님의 손목은 수갑으로부터 안전할까. 유학생은 오직 ‘모객’의 대상일 때만 관심을 받지 않는지, 유학생 비율로서 대학의 세계화 ‘지표’가 될 때만 환대받지 않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팀플에서 마주친 유학생들은 모두 ‘제가 유학생이라….’고 사과했다. 그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그 와중에도 시간과 성적, 성과는 나를 압박했다.  유학생과 내국인 학생 모두 울상이다. 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강단 위 교수자 또한 그렇다. 콩나물 강의실 속에서 누가 유학생이고 누가 내국인 학생인지, 이들을 위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난망하다. 교수-내국인 학생-유학생이 이같은 상황에 놓인 것은 정말 대학 내 유학생 혐오와 무관할까. 이 사건에서 총장과 대학본부의 책임은 없는가.

자신의 손목에 먼저 수갑을 채워야 할 이들은 외려 우리의 공간(대자보)으로 향한다. 자본가들이 예술가와 노동자계급의 공간을 빼앗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학 버전이다. 영화 <특별시민> 속 변종구(최민식 분)가 시장 선거 출정식을 문래동 폐공장에서 하는 것처럼, <옥자>의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분)가 친-동물적인 신사업(슈퍼돼지)  발표를 폐공장에서하는 것처럼. 대자보를 쓰는 총장. 그러나 ‘우리’가 결코 우리가 아니었음은 결국엔 밝혀진다. 영화 속 그들의 실상은 부패한 정치인과 기만적인 자본가였다. 이벤트로 가난한 예술가의 공장을 대관하는 자본가. 대자보를 쓰는 총장.  

총장의 글은 대자보의 공간에 붙었다. ‘세월호 참사’, ‘여성혐오’, ‘교수 막말’, ‘신자유주의 대학의 기업화’ 등을 비판했던 글이 붙었던 곳에.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총장의 글은 과거 학생의 자보를 검열했던 기관을 통해 배포되고,  학생의 자보를 떼라고 명령했던 손으로 부착된다. 대학에서 ‘민중의 지팡이’를 코스프레하는 총장의 자보는 그 모든 기억을 지나쳐서, ‘우리'(대자보)의 얼굴을 하고, 경찰로서(내용) 말한다. 

‘경찰’로서 총장. 중앙대의 사또. 대학 곳곳에 붙은 사또의 방(㮄) 옆에 유학생 혐오를 반대하는 학생의 자보를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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