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왜 아직도 우리는?

ㅣ단오

2017년이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어 정권을 바꿔냈고 그래서 이제는 조용히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나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나는 여전히 시민들에게 아직 우리 사회가 모든 것이 정상화 되지 않았다고 외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고 지난 1년 간 집회, 간담회, 세미나에서 나는 일 하는 사람들을 만나왔다. 알아갈수록 세상에는 아직 너무 화나는 일들이 많다. ktx에서 해고된 승무원은 11년 동안이나 복직 투쟁을 하고 있고, 올해 9월에는 우정본부의 과도한 업무 부담에 못 이겨 세상을 등진 집배원이 있다. 그리고 개인의 손가락이 잘려도 개입할 수 없다는 말만 하는 경찰이 있다. 여전히 약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법과 행정은 강자의 편이다. 사람보다 돈의 힘이 더 센 사회이다.

2017년 11월 1일 고려대학교 학회 여정에서 개최한 ktx 여성 노동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만난 ktx 해고 승무원분 들은 11년째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분명 같은 열차 안에서 거의 비슷한 일을 하는데, 열차팀장만이 정규직인 것이 이상했다. 그래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자 내년에 전환해준다더니 280명 모두를 해고해버렸다. 집회하고 투쟁해도 복직은커녕 대화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법적 절차를 밟았다. 1심, 2심은 불법 파견이라고 판결을 내렸는데 대법원에서는 갑자기 아니란다. 그 이유가 참 어이없다, 분명 승무원들과 열차 팀장은 거의 같은 일을 하는데 승무원들은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분명 비상 사고가 났을 시에 대처 요령에는 승무원들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에서는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ktx의 손을 들어주었다.

왜 아직도 우리는 노동자를 쓰고 버리는 사회에 살고 있을까? 법원조차도 약한 사람을 보호할 수 없는 사회에서 과연 가만히 있으면 눈앞에 낙원이 펼쳐질까? 절대 아니다. 특히 ktx 해고 승무원들의 투쟁은 내게 큰 의미가 있는데 비정규직과 불법파견을 근절하기 위한 대표적 사례인 동시에 여성 노동의 평가절하에 반발하기 위한 큰 걸음이기도 하다. 33명의 해고 노동자 전원이 여성인 이들의 노동이 단순히 서비스였을 뿐이라는 대법원의 결정에는 여성 노동자라면 예쁘고 친절하게 승객을 응대하면 그만이라는 맥락이 기저에 깔려있다. 아직도 여자는 결혼하면 그만둘 테니 비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편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 뻔하다. 그렇지만 이 얘기는 그만 줄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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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혹자는 말한다. “정규직 전환이라고? 노력을 안 했으니까 비정규직인 거지. 억울하면 정당하게 시험 통과해서 정규직 하면 되잖아~” 이 주장이 일단 시험을 못 봤다는 이유로 사람으로 대우 못 받고 무시를 당하고 과로 노동해도 괜찮다고 여기는 비인간적인 주장이라는 점을 제쳐두고라도, 그러면 왜 시험을 봐서 정규직이 된, 심지어 국가직 공무원인 집배원들은 왜 자꾸 과로로 돌아가실까? 올해만 벌써 15명의 집배원분들이 돌아가셨다. 아침 7시부터 최대 14시간 동안 일하는 장시간 근로 속에서 과로사한 노동자들, 너무 힘든 고강도 노동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과로자살에 이른 노동자들, 우정본부의 압박 탓에 무리한 배달 물량을 채우려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의 숫자다. 고 이길연 집배원은 “두렵다. 이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라네.”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다하셨다.

2017년 10월 27일 나는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진행한 ‘우정 노동자 추모문화제’에 참석했다. 추모제 진행에 앞서 시민들에게 선전전을 진행했다. 발언을 하고 피켓을 쓰면서 사고로 다친 몸이 다 낫지도 않은 집배원에게 출근을 강요해 결국 자살로 몰고 가는 우정본부의 모습을 상기했다. 나는 다시 한번 정규직이라고 엄청난 것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추모제에는 고 이길연 집배원의 아들분도 참석하셨다. 본인 역시 과로사로 죽는 일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먼일이라고 생각하셨다며 우셨다. 그를 보며 나는 물음표를 그렸다. 왜 국회는 아직도 무제한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근로기준법 59조를 폐기하지 않았지? 왜 사용자들은 법이 없으면 아니 있더라도 피해가며 사람들을 착취하지?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정말 망해버릴까? 사람을 갈아서 유지하는 기업이 누구를 위한 기업일까? 그래, 적어도 나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글을 새벽에 쓰게 한 사건이 한 달 남짓 지난 11월 9일 발생한 ‘본가궁중족발’ 강제집행이다. 집에서 누워 글이나 쓰고 있는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 힘들 만큼 끔찍했다. 법은 노동자의 편이 아니듯이 임차상인의 편도 아니었다.;

용역업체 직원은 사람의 머리에 팔을 걸고 주먹질을 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김우식 사장은 손가락 네 개가 부분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경찰은 제발 도와달라는 김우식 사장 등의 절규를 무시했다. 사인 간의 재산권 분쟁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건물주 측은 명도 소송의 승소에 따라 강제집행을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2017.11.11. 오마이뉴스)

6년 후 월세를 네 배의 금액으로 올리겠다는 건물주의 무리한 요구를 거부하자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연락도 피하면서 사장님이 월세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법을 악용해 건물주는 명도소송을 걸었다. 건물주는 사설 용역업체를 고용해서 강제집행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용역들은 서슴없는 폭력을 행사했다. 결국 본가궁중족발의 사장이자 그 건물의 임차상인의 손가락 네 개가 절단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그리고 사장이 경찰에게 도와달라며 소리치자 민중의 지팡이라고 일컬어지는 경찰들은 그의 절규를 외면했다. 사인 간의 재산권 분쟁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올해 여름에 내가 연대하러 갔던 장소인데, 거기서 밥 먹은 기억이 또렷한데 그 장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무섭다. 제일 무서운 일은 돈 때문에 사람의 손가락이 네 개가 잘려나갔는데 경찰은 이 광경을 지켜만 봤다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공권력은 결국 철저히 약자를 외면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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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정말로 왜 아직도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 작년 겨울 이후 많은 사람들이 좋은 대통령이 좋은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통령 혼자서는 바꿀 수 없는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돈 없으면 손가락이 잘려도 나라는 모르쇠로 나오는 세상에서, 하도 오래 일하다가 죽어버리는 세상에서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끊임없이 소란스럽게 하고 약자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란 사실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왜 아직도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냐는 물음을 멈출 수 있을 때까지 움직여야만 한다. 함께 움직이자, 부산스럽게 하자.

대표이미지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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