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조금은 이르게 아파했을 당신에게

그렇게 막연한 당신과 나 사이의 장막을 한겹씩 벗기고 나면, 못할 게 없어져서 씩씩 에너지가 올라간다. l연두부 지평선을 넘으면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새로운, 다른, 특별한’과 같은 막연한 수식어들을 쫓아왔다. 넌더리가 나서. 같은 이야기를 맴도는 듯한 수업들과 술과 술로 ‘당신’을 덮어버리는 내가 실증이나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뒤적이는 페이스북에서 a는 a를 이야기하고 b는 b를 이야기하고 나는 오롯이... Read More

[활기로운 영화] 낯선 물체들

서사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영화 안에 들어있다. 장면에는 서사 말고 무엇이 들어있는 것일까. 혹은 어떤 운동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 이솔찬 영화를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매번 생각한다. ‘그 즐거움은 어디서 나오는가.’ 사람마다 다 다른 기준이 있으며, 누구는 서사를, 누구는 배우를, 누구는 장르를 기대하며 영화와 마주할 것이다. 많은 영화보기의 방식이 있기에 영화에 관한... Read More

[페미니즘S] 나를 또 아끼면 네 얼굴을 발바닥에 새길 거야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얼굴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신체부위가 은밀하다 여겨졌는데 마치 몸이 덩어리 채 포르노가 된 기분이었다. 가시성에 상관없이 목부터 발바닥까지 섹슈얼하지 않은 부위가 없었고 타인이 그렇게 규정짓는 순간 내가 내 몸에 해왔던 결정은 놀랄 만큼 쉽게 상실되었다.   ㅣ자바 바리캉마냥 시끄럽게 돌아가던 바늘이 살을 찌르는 순간은 묘사만큼이나 유쾌하지 못하다.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다.... Read More

[주거] 전세와 곰팡이

집을 떠나 서울에 산다는 것, 대학에 다닌다는 것은 살 ‘공간’을 필요로 한다.  ⓒ 한국경제매거진 | 고구미   “아, 이거 안 되겠는데요” 한 쪽 벽에 잔뜩 존재감을 뽐내고 있던 곰팡이 녀석들을 박멸하기 위해 부른 인테리어 사장님은 이건 어쩔 수 없겠다며, 곰팡이가 득실거리는 벽 위에 다시 벽지를 발라버렸다. “곰팡이 또 피면 부르세요” 아, 또 이사를 해야 하나.... Read More

[단상]310관이 기억하는 것

벽면을 바라봤다. 그곳엔 생략되고 삭제되고 조립된 것이 너무 많았다. |따아  국내 대학건물 중 최대 규모라고 했다. 310관(100주년 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얘기다. 무려 지하 6층부터 지상 12층까지 있다. 아찔하리만큼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310관을 보고 있자니 일상이 되었던 공사장과 그곳에서 매일 같이 들려오던 소음, 좁고 불편했던 통행로 같은 것들이 아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다른 주변 시설들과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