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A, 남중생A, 그리고 ‘나’ A.

| 이해경 중학생이 되었을 때였나. 남들보다 이르게 철들었다고 생각했던 나는 말도 곧 잘했고 눈치도 빨랐다. 동생은 나와는 참 달랐다. 그는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동생을 때리고, 또 때렸다. 게임을 많이 했다고, 자꾸 놀러 나간다고, 공부를 안 한다고, 묻는 말에 제대로 답을 못한다고. 그저 그런 이유들이 모두 폭력의 근거가 되었다. 나는 목격자였고, 방관자였고, 피해자였다. 때론 폭력을 피하기 위해... Read More

[페미니즘S] 어폴로지apology, 그리고 ‘우리’의 책임에 대하여

이 장면들은 교과서에 실린 사진 속의 ‘위안부’ 여성들의 삶이 ‘과거’에 박제된 기록이 아니라 현재에 계속되고 있는 삶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만든다.       ㅣ 조윤   ‘울 것 같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떠올렸던 감정이다. 1990년 11월,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신대대책협의회가 조직되었고, 91년 8월 14일, 피해자(고 김학순)가 최초로 ‘위안부’ 피해 경험에 대한... Read More

[관계] 조금은 이르게 아파했을 당신에게

그렇게 막연한 당신과 나 사이의 장막을 한겹씩 벗기고 나면, 못할 게 없어져서 씩씩 에너지가 올라간다. l연두부 지평선을 넘으면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새로운, 다른, 특별한’과 같은 막연한 수식어들을 쫓아왔다. 넌더리가 나서. 같은 이야기를 맴도는 듯한 수업들과 술과 술로 ‘당신’을 덮어버리는 내가 실증이나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뒤적이는 페이스북에서 a는 a를 이야기하고 b는 b를 이야기하고 나는 오롯이... Read More

[활기로운 영화] 낯선 물체들

서사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영화 안에 들어있다. 장면에는 서사 말고 무엇이 들어있는 것일까. 혹은 어떤 운동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 이솔찬 영화를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매번 생각한다. ‘그 즐거움은 어디서 나오는가.’ 사람마다 다 다른 기준이 있으며, 누구는 서사를, 누구는 배우를, 누구는 장르를 기대하며 영화와 마주할 것이다. 많은 영화보기의 방식이 있기에 영화에 관한... Read More

[페미니즘S] 나를 또 아끼면 네 얼굴을 발바닥에 새길 거야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얼굴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신체부위가 은밀하다 여겨졌는데 마치 몸이 덩어리 채 포르노가 된 기분이었다. 가시성에 상관없이 목부터 발바닥까지 섹슈얼하지 않은 부위가 없었고 타인이 그렇게 규정짓는 순간 내가 내 몸에 해왔던 결정은 놀랄 만큼 쉽게 상실되었다.   ㅣ자바 바리캉마냥 시끄럽게 돌아가던 바늘이 살을 찌르는 순간은 묘사만큼이나 유쾌하지 못하다.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다.... Read More